"아는 이가 아무도 없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원유공급 중단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신화를 퍼트리고 있으며 우리 정부도 이에 동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북중관계를 적대적 관계로 만들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이 신화에 집착하는 사이에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더 강화될 뿐이다. 설사 중국이 이러한 요구를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는 문제해결과 거리가 멀 것이다. 문제의 최종적 해결 이전에 한반도 상황은 준전시상태로 진입하는 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선택은 둘 중 하나다. 사드 배치의 대가로 중국을 확실한 북한의 후견 국가로 만들어주는 것이 그 하나다. 사드 포기로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 견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는 것이 그 둘이다. 정답은 사드 배치 포기다. 한·미 관계는 약간의 후퇴를 용납할 만큼의 여유가 있다. 한·중 관계에는 그런 마진이 없다. 전쟁 방지가 지상명령인데 사드가 있다고 북한의 도발 의지는 꺾이지 않는다. 차라리 사드를 포기하고 중국의 힘을 빌려 북한의 전쟁 도발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최선의 정책이다.
동아시아에서 안보 문제는 제각기 분리된 것이 아니라 기계처럼 맞물려 진행되는 강대국 정치의 양상을 확연히 드러낸다. 여기서 순수한 한반도 문제라는 것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남북한의 대결이라는 것도 두 맹수가 지켜보는 작은 우리에서 두 토끼가 싸우는 격이다. 지금이야 토끼들끼리의 싸움을 지켜보기만 하겠지만 이 맹수가 참견을 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한반도 사드 배치 논쟁은 두 맹수가 직접 참견하려는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의제였다. 1950년의 한국전쟁도 처음에는 남북한 전쟁이었지만 나중에는 미-중 전쟁이 된 것 아닌가? 예전처럼 우리는 한반도의 지정학은 불변이라는 점을 재확인할 수밖에 없다.